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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들의 영원한 친구
‘포켓몬’이 돌아왔다!

★ 필독: 이 기사에는 전설의 포켓몬이 등장합니다. ★

90년대에 우리들은 많은 시간을 ‘바보박스(TV)’ 앞에서 보낸다는 이유로 부모님께 등짝스매싱을 당하곤 했다. 형제자매는 물론 부모님과도 서로 원하는 채널을 장악하기 위해 리모컨 경쟁을 벌이는가 하면, 한 번 나가 친구들과 놀기 시작하면 해가 지도록 들어오지 않아 저녁 준비를 마친 부모님이 우리를 찾아다니던 모습은 흔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런 모습은 찾아보기 힘든 옛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포켓몬 빵의 금의환향
포켓몬 빵이 재출시된다고 하였을 때, 어린 시절 포켓몬 만화를 보고 포켓몬 빵을 사 먹으며 띠부띠부씰을 모은 세대들은 당연히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포켓몬GO 게임이 출시되며 포켓몬을 잡으려고 전국 팔도로 출동했던 유저들에게도 포켓몬 빵은 엄청난 잇템이었다. 그저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불과한 포켓몬이 달라도 너무 달라 융화될 수 없었던 세대를 친구로 만드는 기적을 이루어 낸 것이다.

1세대 포켓몬 빵도, 포켓몬GO 세대도 아닌 Z세대에게는 최근 인기몰이를 한 드라마(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여러 장면들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일명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에 관심이 높은 Z세대는 다이어리에 띠부띠부씰을 붙이는 주인공 희도의 모습에 드라마 속 띠부띠부씰이 있는 편의점 빵을 단숨에 품절대란에 올려 놓았다. 포켓몬 빵도 예외는 아니다. 어린아이부터 어른이까지 포켓몬 빵이 입고되는 순간만을 기다렸으며, 제조사는 24시간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 포켓몬 빵 대란에 참여한 우리들의 모습

왜 포켓몬 빵에 열광했을까?
안 그래도 각박한 현대사회가 코로나19로 인해 더 각박해진 가운데, 전 세계가 나서 사람들과의 만남을 지양하라고 외치고 있다. 학교는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회사는 재택근무로 업무를 보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저 먼 미래의 디스토피아 세상을 그린 SF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들이 오늘날의 현실이 된 것이다.

한편으로는 코로나로 인해 바뀐 좋은 것들도 있다. 공적으로는 과도한 회식 문화, 무엇이든 함께해야 한다는 의식 개선뿐 아니라, 사적으로는 귀찮은 친구와의 만남을 거절할 명분이 생기고, 굳이 만나지 않아도 세상이 돌아간다는 증명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좋을 수 있었던 이유는 ‘잠깐 스쳐 지나가는 유행’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코로나19가 지속된 3년이란 시간은 우리의 인생의 엄청난 영향을 주는 슬픈 시간이다. 갓 태어난 아기들은 태어나자마자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을 일상으로 받아들여야 했고, 한창 뛰어놀아도 부족할 아이들 또한 집안에 갇혀 지내야 했다. 어른들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 개인이 고립되어야 한다고 간접적으로 가르쳐야만 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첨단화된 기술 덕분에 이런 상황 속에서도 유연하게 잘 대응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기분이 이상하다. 왜 자꾸 과거가 그리울까. 아날로그하고 촌스러운 면대면 인간관계가 왜 이렇게 고플까. 바로 이런 마음이 포켓몬 빵에 닿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피카츄 빵에서 피카츄가 발챙이 빵에서 강챙이가 등장하기도 한다.

포켓몬 빵은 90년대 우리가 즐거웠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했다. 아무 이해관계도 없고, 그저 함께 노는 것이 즐거웠던 친구들과의 추억 말이다. 그때의 우리에겐 코로나도 없고, 경제적인 의무감과 책임감도 없었으며, 띠부띠부씰 하나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었다. 각박해진 현실 속에 포켓몬 빵과 띠부띠부씰은 우리의 단순하고 큰 행복을 가졌던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가 되어 준 것이다. 생존을 위해 개인화된 삶이 아닌 함께여서 행복했던 ‘진짜 일상’의 상징으로 우리 곁에 등장했다.

포켓몬 속 캐릭터들처럼 우리는 때론 울고 웃고 힘들게 만나 다른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 친구가 될 수 있다. 그것이 삶이고 인생이자 행복해지는 방법일 테니 말이다. 오늘 퇴근길에 포켓몬 빵을 찾아 한 번 헤매보면 어떨까? 그리고 내일 모여 앉아 띠부띠부씰을 교환해 보자. 90년대를 추억하면서...

포켓몬 빵 외전
나 또한 포켓몬 빵 오픈런에 뛰어든 적이 있다. 포켓몬 빵 오픈런은 마트 오픈 시간 또는 편의점에 수량이 들어오는 시간에 맞추어 대기하다가 매대에 풀리는 순간 낚아채는 것이다. 왜 이렇게까지 했을까. 그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이 친구 때문이다.

▲ 16년만에 다시 구매해 본 포켓몬 빵에서 ‘뮤츠’가 나왔다.

전설의 포켓몬 ‘뮤츠’. 한 기사에 따르면 포켓몬 빵에서 원하는 포켓몬을 뽑을 확률은 0.63%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뮤’와 ‘뮤츠’는 발행되는 수량이 더 적기 때문에 어쩌면 로또 5천 원이 당첨되기 보다 힘들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포켓몬이 바로 내가 처음 사 본 포켓몬 빵에서 나오는 순간의 기쁨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두 번째 이유는 포켓몬 빵을 통해 그때, 그 시절의 행복을 회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자식들, 조카들, 친구들에게 그 행복을 전해주고 싶어졌다. 포켓몬 빵에 열광하며 ‘라떼는 말이야’를 많이도 외쳤다. ‘라떼’를 외치는 꼰대들을 거부하던 MZ세대들도 이번만큼은 손가락질 대신 그 마음에 호응을 해주었다. 포켓몬의 다양하고 귀여운 캐릭터와 초심을 잃지 않고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한 회사도 크게 한몫했겠지만, 무엇보다 컸던 건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하던 시간이 과거에 그치지 않고 현재를 관통해 미래까지 이어지길 바라는 ‘간절함’이었을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우리는 포켓몬빵으로 세대를 아우르며 대동단결할 수 있었다. 이 마음이 각박해진 현실 속에서 소소하게나마 확실한 행복이 되었으면 좋겠다.

글/사진 사내기자 오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