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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 산업동향

카지노 기업은 ESG경영을 잘해도 문제일까?

작년 6월 중순 한 주요 경제신문에 “카지노가 ESG 점수 높다고”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신문사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대상’에서 외국인 카지노 ‘세븐럭’을 운영하는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S(사회) 부문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것이다. 하지만, 이른바 ‘죄악 산업’으로 불리는 카지노 업체를 어떻게 평가할지를 놓고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렸다고 한다. 결국, 카지노산업의 특성을 감안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려 GKL의 S(사회) 부문 수상은 실현되지 못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GKL이 S(사회) 부문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것은 관광업계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펀드 출연 덕분이다. GKL은 2018년 관광업계를 위해 기업은행과 함께 1000억 원의 동반성장펀드를 조성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관광업계 소상공인을 위해 펀드지원 금액을 1500억 원으로 늘린 것이다. GKL 역시 코로나로 888억 원의 영업손실을 입은 상황에서도 결정한 진정성 있는 ESG이었다.
그런데도 카지노가 ESG 점수가 높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는 사회적 인식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카지노산업의 생살여탈권을 쥔 ESG
우리나라에 이렇게 ESG 전문가가 넘쳐나는지 미처 몰랐다. 뿐만 아니라 요즘 CSR이나 CSV를 모르는 경영자는 있을 수 있지만, ESG를 모르는 경영자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왜 이렇게 온통 ESG로 난리일까? 이를 한마디로 말하면, 기업의 생살여탈권을 쥔 이해관계자들의 권력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소환한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 교수가 1970년 The New York Times Magazine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익창출이다”라고 주창한 이후 최근까지도 기업의 생살여탈권은 자본력을 갖춘 투자자에게 집중되어왔다. 그 배경 중의 하나는 자본력 있는 투자자가 기업정보를 배타적으로 독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소위 ‘정보비대칭(Information Asymmetric)’이라고 한다.

그런데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아이폰(iPhone)으로 대표되는 정보와 통신기술(IC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의 발전은 자본에 의한 정보비대칭 권력을 허물기 시작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경제 영역에서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포스트 코로나(post-Covid) 시대의 자본권력은 방탄소년단 (BTS)의 아미(ARMY)와 같은 ‘팬덤(fandom)자본’이 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우리는 유튜브의 구독경제와 배달플랫폼의 별(☆)을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기업이 주주에게는 좋을 수도 있지만, 이제는 돈을 버는 방식에 따라 팬덤으로부터 아예 퇴출당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팬덤자본이 부족한 카지노산업은 치명적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담배, 술, 도박과 관련된 이른바 ‘죄악주’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국민연금공단이 파라다이스나 강원랜드뿐 아니라 롯데관광개발, 더블유게임즈 등의 카지노주 지분을 10% 이상으로 늘리면서 ESG 강화 기조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당시 ESG 평가를 강화한 책임투자형 국내주식 펀드를 운용하면서 도박 산업에 투자하는 일은 책임투자 원칙에 어긋난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카지노산업에서 ESG가 생살여탈권을 쥐게 된 것이다.

CSR, CSV, 그리고 ESG
얼마 전인 지난 5월 17일 한 카지노사가 지역 사과농가를 찾아 일손 돕기 봉사활동을 한 훈훈한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이러한 활동은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인가,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인가, 아니면 ESG 활동인가?

강연을 다니다 보면 가끔 CSR, CSV, ESG의 차이에 대해 질문을 받곤 한다. 그런데 그 차이를 아는 것보다 CSR은 낮은 수준의 경영활동이고 CSV 또는 ESG는 높은 수준의 경영활동이라는 오해를 하지 말아야 한다. CSR, CSV, ESG 모두 기업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높이기 위한 경영활동이다. 다만, 본연의 사업과 관련된 경영활동이지 봉사활동이 아니라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어떤 기업은 CSR이 사업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경영활동일 수 있고, 또 다른 기업은 CSV나 ESG가 그럴 수 있다. 또한, 한 기업이 CSR과 CSV, 또는 ESG 활동을 동시에 할 수도 있다.

가령,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로 대표되는 유한킴벌리의 나무 심기는 펄프제품을 제조·판매하는 유한킴벌리의 주된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당연히 수행할 CSR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유한킴벌리는 저출산으로 아기 기저귀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고령화시대의 신규 사업으로 성인용 기저귀 사업을 시작하면서, 시니어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CSV도 CSR과 별도로 동시에 수행하였다.

ESG와 관련해서는 최근 SK이노베이션의 손익구조가 매우 흥미로운 사례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작년 매출액은 약 4조 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종속기업을 포함한 연결 매출액은 46조 원이 넘는다. 즉, 모기업보다 종속기업들이 훨씬 많은 매출을 창출하고 있다. 그런데 SK이노베이션의 주된 매출이 배터리인 반면, 종속기업들은 여전히 석유·화학에 주력하고 있다. ESG시대에 미래 먹거리가 될 배터리사업에 모기업이 집중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지배구조이다. SK이노베이션의 이러한 ESG 경영전략은 시장에서도 지지를 받아, PER(Price Earnings Ratio)로 측정되는 이익창출에 대한 시장의 믿음이 시가총액 3위인 SK하이닉스보다도 약 1.58배 높게 나타난다.

그렇다면 ESG 시대에 카지노산업이 지향해야 할 ESG는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미국게임산업협회(AGA)의 ESG를 향한 길
미국의 주요 카지노와 게임사를 회원으로 둔 미국게임산업협회(American Gaming Association)는 지난 3월 17일 ‘Responsibility in Gaming : The Path Toward ESG’를 발표하였다. 이 발표에서 협회는 아래와 같이 ESG를 향한 4가지 제안을 하고 있다.

©American Gaming Association

첫째, E(환경) 측면에서 탄소배출을 줄이고 대체에너지를 사용한다. 또한, 물이나 전력 등 자원 낭비와 음식쓰레기를 줄이며, 플라스틱을 재활용한다. 실례로, 보스턴의 Wynn Encore 카지노는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대부분의 회원사는 탄소중립(Net Zero) 목표년도를 명확히 선언하고 있다.

둘째, 고용의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고, 이사회나 경영진이 인종이나 성별 등을 다양하게 구성한다. 공급업체나 협력업체도 평등하고 사회정의에 부합되게 선정한다. 가령, AGS사의 고위간부 중 절반이 유색인종이다.

셋째, 지역사회를 위해 투자한다. 구체적으로, 지역재생, 지역상권 활성화, 일자리 창출 및 지역사회의 교육이나 경력개발을 지원한다. 또한, 자연재해나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등 미국과 지구촌의 구성원으로 적정한 활동을 수행한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상황에서 카지노사들은 수십만 개의 마스크와 보호장비를 기부했고, 수십만 파운드의 음식을 제공했다.

넷째, 책임 있는 리더십을 가진다. 가령, 고객이 도박에 중독되지 않도록 예방하고 고객을 보호하며, 이와 관련하여 종업원 교육을 통해 책임 있는 노력을 기울인다. 나아가 엄격한 비즈니스 기준을 준수한다. 이미 회원사의 90%가 도박중독 예방이나 책임도박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지원하고 있다.

한편, AGA의 ESG를 향한 4가지 길 이외에 우리나라의 실정에서 다음의 2가지를 추가로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ESG 경영이 선언적 수준에 머물지 않고 기업의 의사결정이나 기업문화에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가야 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인 2007년 12월 태안반도 인근 해상에서 예인되던 삼성중공업의 해상크레인과 홍콩 선적의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가 충돌하여 국내 최대 해상 기름유출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전국에서 모여든 123만 자원봉사자들의 11개월간에 걸친 빠른 피해 복구는 국내외의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정작 삼성중공업은 사고가 난 지 47일이 지나서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삼성중공업은 “사고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우려해 입장 표명을 자제해 왔다”라고 밝혔다. 당시 이러한 판단은 삼성중공업의 주주나 소유자 입장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일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ESG 경영에서도 그러할까?

둘째, 무엇보다도 ESG가 홍보의 대상이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경우 ‘ESG 워싱(washing)’으로 의심받을 수 있고, 그 타격은 어떤 산업보다 클 것이다. 경영전략의 대가인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 교수의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라는 격언을 되새겨야 한다. ESG 경영의 진정성은 그 성과의 측정에서부터 보여주어야 한다. 단순한 사업보고서나 감사보고서가 아니고 최근 유행하는 지속가능보고서에 머물러서도 안 된다. ESG 경영활동을 기업의 주된 활동과 연계하여 측정·보고하는 ‘통합재무보고(Integrated Financial Reporting)’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